2009. 5. 2. 00:54
http://stock.naver.com/research/pro_invest_read.nhn?expert_code=10&nid=229


전병서의 안정적인 성공투자 - 경제 사이클로 본 ... 전망 .. 대략 ㅋ

근데 이사람 상해통이라 그런지
너무 중국중심으로 풀어쓰는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ㅎ
Posted by 작은기담
2009. 2. 24. 19:19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입니다. 관련제목검색
  2004년 1월 27일 화요일, 오전 11시 06분 21초 +0900
 
   ==일부러지움== 
 

==일부러지움== <> 추가

안녕하십니까? 연세 세내기 여러분

연세대학교에 합격하신 것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오며, 방학 중에 예비 연세인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한편의 좋은 연극이 있어서 알려 드립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서 우리 민족의 가장 어두운 시기에 별과 희망을

노래했던 윤동주님은 연세가 배출한 위대한 선배입니다.

윤동주님의 시를 형상화하여 만든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란 연극에 예비 연세인

여러분을 모십니다.

 

일 시 : 2004.1.29(목)-2.1(일) 평일 7시 30분, 토,일 3시, 7시

장 소 :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관람료 : 12,000원 티켓을 7,000원으로 할인

예 매 : 인터파크 www.interpark.com/1544-1555

        티켓링크 www.ticketlink.co.kr/1588-7890

문 의 : 742-9881/[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공연위원회

 

이 작품을 통해 우리 민족의 가장 어두운 시기에 별과 희망을 노래했던 윤동주의 삶을 되짚

어 봄으로써,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사적 위치와 사회적 책임감을 성찰해 보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연세대학교 학부대학장 민 경 찬 교수


Posted by 작은기담
2009. 2. 24. 19:17
(공지)2004 연세대학교 정시합격생을 위한 수강지도 및 합격증 배부 안내 관련제목검색
  2004년 1월 27일 화요일, 오후 17시 35분 30초 +0900
 
  2004 신입생 <dohks@freechal.com> 추가
 
 
 
2004학년도 정시합격생을 위한 학사지도 및 합격증 배부 안내
 
 
먼저 연세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2004학년도 정시합격생을 위한 환영행사 및 합격증 배부 일정이 확정되었으니,
해당 학생들께서는 일시 및 장소를 확인하고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날은 정시 합격생을 위한 환영행사와 함께 2004학번에 변경 적용되는
전공승인 요건 및 수강신청 유의사항, 신입생을 위한 입학전 특강 등의 소개와
대학생활 안내, 합격증 배부 등이 있을 예정입니다.
 
*합격증, 수강편람, 2004 대학생활안내서 '클릭연세', 수강신청 안내문이 이날 배부됩니다.
 
일시 및 장소 :
 
이학/공학/간호/생활과학/의치의예 - 2004. 2. 5. (목) 10:00  백주년기념관
인문/신학/사회/체육계열               - 2004. 2. 5. (목) 14:00  백주년기념관
 
 
연 세 대 학 교    학 부 대 학
Posted by 작은기담
2009. 2. 24. 19:13
[연세대학교 입학관리처] 관련제목검색
  2004년 3월 26일 금요일, 오후 13시 47분 16초 +0900
 
 

<@hanmail.net> 추가


                                           

수신 : ==일부러지움== 귀하
발신 : 연세대학교 입학관리처

    연세대학교에 관심을 가져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연세대학교는 입시와 관련한 다양한 통계 자료를 수집 · 분석하고, 새로운 교육 과정 연구를 통해 합리적이고 모범적인 입학 전형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의 일환으로 2004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연세대학교에 지원하여 합격한 후 다른 대학교로 진학한 학생들의 진학 분포를 파악하고자 합니다.

    수고스러우시더라도 귀하가 진학한 대학교 및 전공을 회신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소재지 대학명 전공(학과)

     


Posted by 작은기담
2009. 2. 3. 18:38
[펌]이공계의 길을 가려는 후배님들에게... 2007-12-17 오전 11:42:28
최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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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안녕하세요.


십수년 전에 이공계의 길을 택했고, 학부, 국내대학 석사과정, 대기업 연구원, 벤처 창업을 거쳐서 지금은 미국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있는.. 따라서 이공계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밟아보는 코스 중 제법 많은 부분을 경험해본 평범한 30대의 남자입니다.


이전부터 이런 글을 한번쯤 써보고 싶었는데, 두어달쯤 전에 피지알에 글을 썼다가 날려먹은 아픈 기억 이후로는 다시 쓸 엄두가 안나더군요. 이번에는 짧게 여러편에 나눠서 써보려고 합니다만..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글쎄요.. 제법 오랜 시간을 이 분야에 몸담고 있다보니, '이런 부분만큼은 누가 미리 얘기를 좀 해줬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하는 경험들이 자꾸 쌓이더군요. 그래서 제 뒤에 오는 분들은 저같은 실수를 하지 말고 바로바로 좋은 길로만 가기를 원하는 마음이 이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분야 선택은 어렸을 때의 꿈에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소질과 취향에 마춰야 한다'라는 점입니다. 뭐 그리 당연한 얘기를 하느냐라고 하실 수 있지만, 얘기를 들어보시면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중학생때 칼 세이건(영화 컨택트의 저자로 유명하죠)씨가 쓴 '코스모스'라는 천문학 교양서를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얘기였죠. 단숨에 끝까지 읽은 저는, 제 친한 동네 동생녀석한테도 책을 권해줬었고, 그놈 역시 그 책에 완전히 매료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동생은 실제로 천문학과에 진학을 했고, 저는 별을 보는것 보다는 별에 가고싶다는 생각에 기계공학과로 진학을 했습니다. 결과는? 그 동생은 천문학을 접은 뒤 사시 준비를 하게 되었고, 저는 공학 공부가 너무 괴로운 나머지 졸업을 연기하고 폐인생활을 하다가 어찌어찌(이부분은 말씀드릴수 없습니다) 마음을 잡고 지금은 울부짖는 심정으로 그냥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후배님들도 꿈은 시작은 저랬을 겁니다. 나중에 고3 입시에 닥쳐서 분야를 선택할 때는 '이정도의 성적으로 갈 수 있는 곳은 A학교의 a학과, B학교의 b학과 등등등'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시겠죠. 좋습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고,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꿈' 이라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일 것이고,

'성적'이라는 것은 자신이 가진 능력일 것입니다.


근데,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이 바로 아까 말씀드리려고 했던 '소질'과 '취향'입니다.


말하자면.. 대마왕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고, 그것을 무찌르기 위해 5명의 결사대를 조직한다고 칩시다. 전사/마법사/도둑/용사/사제 이렇게 5명이 모여서 여행을 떠나는데, 당신은 어떤 역할로 거기에 참가하시겠습니까? 설령 마법사로서의 소질이 어마어마한 당신이더라도 전공선택을 전사로 택한다면 평생 자신의 소질을 발견할 기회도 놓치고 전체 결사대에도 해만 끼치는 결과를 초래하겠죠.


마찬가지로, 이공계에서 '연구'에 기여하는 능력은 크게 3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상상력

분석능력

추진력


또한 이공계에서 본인이 '연구활동'을 즐기기 위한 취향에도 크게 3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수리/논리 영역에서의 이론적 활동에 대한 취향

실험적 검증 활동에 대한 취향

연구 활동 기획에 대한 취향


능력이라는 부분은.. 본인이 얼마나 자신이 속한 조직에 기여할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요소일 것이고, 취향이라는 부분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요소입니다.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저런 부분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빠져서는 절대로 좋은 전공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꿈이라는 것? 물론 중요합니다. 근데, 사실 그게 전공선택과 큰 연관이 없다는 것을 나중에 가면 알게됩니다.


제 얘기를 해볼까요? 전 기계공학을 전공했습니다만.. 제가 지난 7년정도동안 연구한 것들을 돌이켜보면, '극소 거울들을 100만개 조합해서 TV화면을 구현하는 디스플레이 기술', '압전 진동체를 이용한 셀폰 주파수 필터', '축전형 가속도계를 이용한 캠코더 떨림방지 기술', '송유관의 진동을 흡수해서 이상 진단에 사용하는 자가발전기' 입니다. 상당히 서로 연관이 없어보이죠? 네 그렇습니다. 이공계 연구인력이 시간에 따라 가지게 되는 것은 '여러가지 연구를 행하는 특정 능력'이지 '특정 연구를 행하는 여러가지 능력'이 아닙니다. 대마왕을 잡기위해선 여러가지의 능력이 필요하고, 당신은 그 중 하나를 가지게 되는거죠.


다른 학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물이 너무 아름다우세요? 제가 있는 학교에서 저희과에서 행하는 바이오 관련 프로젝트만도 몇십억 단위가 넘어가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물리학이요? AFM 은 물리학과보다도 기계공학과에서 더 많이 하죠.


저희 과 자랑이 아닙니다. 다른 과에서 기계과보다 훨씬 잘하는 분야는 더더욱 많을겁니다. 제 요점은, 이공계쪽 학문은 점차 그 구별이 애매모호해져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아까 말씀드렸듯이 '난 이 과가 아니면 안돼' 라는 생각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내재한 소질과 취향에 맞는 선택이라는 점입니다.


상상력이 풍부한 분이 기존연구를 재확인하는 연구분야를 해선 안되고,

실험에 대한 취향이 풍부한 분이 이론 연구를 해도 안되고,

이론을 좋아하는 먹물쟁이 기질의 분이 기획을 해도 안됩니다.


어쩌다보니 굉장히 부정문으로 가득한 글이 되어버렸군요. 마지막 3줄에 대해 좀 더 길게 쓰고 싶은데, 오늘은 시간이 안될것 같습니다. 다음기회에 추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2. 안녕하세요.


지난 번에 글을 한번 쓰고는 그정도의 장문을 다시 쓸 엄두가 나질 않아서 계속 눈팅만 하고 있었읍니다. 근데 뭐 어차피 제 주관적인 생각을 쓰는 것이지 만고의 진리를 설파하는 것이 아니니만큼, 어느정도는 부담없이 써도 될 것 같아서 오늘 이어서 쓰게 됐습니다.


저번의 제 글의 요지는, 1. 어렸을 때의 막연한 몽상에 가까운 꿈이라는 것 하나만 가지고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좋지않다는 것, 2. 이공인력으로서의 능력이라는 것은 몇가지로 나뉘어지고, 자신이 그중 어느방면에 강점이 있고 어느방면에 약점이 있는지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점. 이렇게 2가지였습니다.


오늘 이어서 쓸 부분은, 지난번 글의 2번째 이야기에서부터 이어집니다. 쓰다보면 뒷부분에 가서는 자연히 이공계열 연구 활동의 피라미드 구조에 대한 얘기가 될 듯 합니다..


이게 뭐 자랑하려고 쓰는 글이 아님은 저번에 확실히 했으므로 그냥 편하게 글을 쓰려고 하고, 뒷부분 이야기를 하려면 공부 얘기에서 시작하는 것이 제일 편할듯 해서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공부'를 잘 합니다. 고등학교때 등수는 전국등수 단자리 안에 몇번 들었었고 대학교 들어와서도 대부분 전장을 받으면서 공부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기 자신의 '지적 능력'에 대해 자신감이 끝없이 커졌었고, 대학원에 진학할 무렵에는 '내가 하고자만 한다면 어마어마한 수준의 학문적 성취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었습니다. (결과는 저번 글에서 말씀드린 대로 완전 폐인의 생활로 끝났습니다. )


비슷한 얘기지만, 가끔씩 신문에 등장하는 영재들 있잖습니까? 전 그런 글을 읽으면 한숨만 나옵니다. 그런 영재들의 판단 기준이란게 결국 언제나 '가르쳐보니 습득하는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빠르더라' 입니다. 다섯살에 곱하기를 깨우치고, 열살에 미적분을 하고, 열두살에 양자역학 문제를 풉니다. 근데 그 영재들은 누구나 알다시피 나중에 뭐가 됐는지, 어떤 성취를 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제 개인적 경험이나 저런 가짜 영재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결국 가진 재능이란게 '남이 이미 터득한 것을 배우는 재능' 입니다. 좋게 말하면 이해력이고 나쁘게 말하면 모방력이죠. 고등학생때 양자역학 문제를 풀면 천재? 미적분학에 재능 좀 있는 아이한테 채찍질 좀 하면 대충 흉내내는건 그다지 어려운게 아닙니다. 중학교때 토플 600? 말하기도 하품납니다. (제가 그런 능력이 있다는건 절대로 아닙니다! 이런 젠장 미국온지 2년이 지났는데도, 미국놈들 유머는 도저히 못알아듣겠습니다.) 이런건 결국 전부 '배우기'일 뿐입니다. 범재의 능력이 좀 많을 뿐이지, 이런걸 영재의 재능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능력을 가지고는 결국 '남들이 해보지 않을 것을 앞서나가서 해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공인력으로서의 영재적 재능이란게 뭘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재능의 분류는 이렇습니다.


1. 아직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으며, 해결한다면 대단한 임팩트를 가지는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 ( 착상 )

2.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발견하는 능력 ( 기획 )

3. 그 방향에 따라서 열심히 풀어나가는 능력 ( 좁은 의미에서의 연구 )


제가 가진 재능은 3번입니다. 유능한 교수님이나 유능한 연구팀장의 지도하에 열심히 일하는 장기판의 졸이죠. 물론 이런 재능도 필요합니다. 그냥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많은 수의 연구인력은 사실 저 3번의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1,2번의 인력이 마음놓고 손발 쓰듯 부리게 돼죠.


돌이켜보겠습니다. 저번 글에서 저는 이공계에서 '연구'에 기여하는 능력은 크게 3가지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취향에 관한 이야기도 했었지만, 이론 & 실험에 대한 취향은 본인이 쉽게 알 수 있으리라 믿고 다시 이야기하진 않겠습니다.)


상상력

분석능력

추진력 - 이건 이공계와 관련된 재능이라기 보다는, 사회생활 일반에 걸친 재능이므로 논외


상상력이 1,2번의 재능과 관계된 능력일 것이고, 분석능력이 3번의 재능과 관계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누구나 3가지의 재능을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3번의 재능을 가진 관리자가 1,2번의 재능을 가진 직원을 잘 다뤄서 성공을 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1. 자신이 가진 재능의 컬러를 잘 알아야 한다는 점

2. 자신의 재능을 보완할 수 있는 팀에서 일하는 것이 최고의 결과를 뽑는다는 것

3. 그 와중에서도 자신의 재능이 가장 인정받는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는 점


정도입니다.


A 회사의 연구활동은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착상 : 셀폰에 들어가는 aaa 부품이 너무 크니 좀 더 작은 부품을 개발해보자 - 1명

기획 : bbb라는 기술을 이용하면 굉장히 작은 부품이 구현 가능하다 - 10명이 회의를 하지만 실제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은 그 회사의 언제나 동일한 핵심 인물 1~2명

연구 : 냅다 설계 & 제작 & 테스트 - 20명


B 라는 다른 회사는 이럴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기업 연구는 이렇습니다)

착상 : 셀폰에 들어가는 aaa 부품이 너무 크니 좀 더 작은 부품을 누가 개발하고 있느냐? - 1명

기획 : ccc라는 회사가 개발하고 있다. 특허는 이러이러하게 피해갈 수 있다 - 1~2명

연구 : 냅다 베끼기 & 특허 피하기 & 테스트 - 20명


C 라는 회사는 또 다릅니다.

착상 : 이번에 B 라는 회사에서 이런 부품을 개발하는데 우리한테 요런 부분을 저번처럼 개발해 달랜다. - 외부에서 주어짐

기획 : 우리 회사가 언제나 해오던 일이네. 그때처럼 궈궈 - 0명

연구 : 예전에 했던 일을 조금만 바꿔서 다시 해주기. - 20명


A 라는 회사에서의 스타 플레이어는 착상의 능력을 지닌 사람입니다.

B 라는 회사에서는 기획의 능력을 지닌 사람이죠

C 라는 회사에서는 저같은 실무진이 대접받을 것 같습니다.


좀 억지스러운 예를 들었습니다만, 실제로 어떤 회사에서는 단순 반복적 일을 하는 인력이 최고로 대접을 받고, 어떤 회사에서는 게으름 피우다가 가끔 아이디어 내주는 책상 물림이 에이스노릇을 합니다. 결국, 재능이라는 것에는 좋은 재능 나쁜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신이 속한 조직이 필요로 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결국 그게 좋은 재능이 되는 것이지요. 모두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자기 재능이란게 결코 무한하지 않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리만 잘 찾으면 분명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뱀다리 : 누구나 1,2번의 재능을 갖길 원합니다. 누구나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기를 원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그 재능은 타고 나야 한다고 믿습니다만, 정히 그 능력을 얻기를 원하신다면..


조낸(죄송합니다. 이 이상의 표현이 없어서) 그 분야의 모든 지식을 습득할 것

근데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책의 다음 줄이 무엇일지를 한발짝 먼저 생각해볼 것

그러면서 동시에 '이걸 이용해서 결국 나는 뭐를 해볼까?'를 고민할 것


을 추천합니다. 매우 힘들고 먼 길이 되겠지만, 혹시 모르죠. 당신이 20년 뒤의 한국의 희망이 될지도.


뱀다리2 : 다음 글은(쓴다는 가정하에) 이공계 연구 활동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것이 될 듯 합니다. 저 자신이 굉장히 오랫동안 고민해 온 부분이지만, 결국 극히 주관적인 답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큰 동의를 얻을 수도 없다고 보이지만, 그래도 언제고 쓰긴 쓸것 같습니다.

















































3. 3편의 내용은 저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이공계열 연구 활동의 의미'에 대한 것입니다. 아마 저번 글에서는 '사회적 가치'라고 썼던 것 같습니다만, 머리속에서 글을 어떻게 써볼까 조금 생각해보니 '사회'라는 것에 대한 어느 수준의 정의가 없이는 '사회적 가치'라는 말을 쓸 수가 없겠더군요. 해서 좀 더 포괄적으로 '의미'라고 뭉뚱그렸습니다.


제 글을 이번 편까지 계속 봐주시는 분이시라면 일종의 '친구'관계가 수립되었다고 봅니다. ( 물론 친구라고 해서 의견에 일치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써나가는 이런 저런 생각이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봐주시는 것으로 족합니다. ) 따라서 1,2편에 비해 훨씬 더 개인적인 글이 될 이번 3편에 대해서도 큰 무리없이 보아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_^


이공계열의 길을 자신의 인생으로 잡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가' 입니다. 그리고 '행복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수많은 요소들 - 남보다 잘할 수 있는가, 월화수목금금금이 크게 싫지 않은가, 개나소나 우리를 공돌이라고 부르는 현실을 웃어넘길 수 있는가 -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일이 '내 삶에 의미'를 주는가 라고 생각합니다.


자.. 이건 비단 이공계열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농부는 농사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하고, 예술가는 창작 활동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 이공계열이기때문에 특별히 발생할 수 있는 애로사항은 뭘까요? 그건 이공계열 학문 및 산업활동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그러나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쉽게 느낄 수 없는, 특성에서 비롯됩니다.


이공학을 정의하자면

이학 - '물질계를 서술하려는 모든 활동'

공학 - '알고있는 이학적 지식을 통해, 인간에게 보다 유용하게 활용하려는 활동'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게 다른 학문 및 예술과 뭐가 다를까요? 일천한 제 지식을 그나마 활용해서 생각해보자면,


문학 - '삶과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문자를 통한 여러가지 방법으로 표한하는 활동'

사회학 -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는 활동'

신학 - '신과 인간의 관계,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해 알아나가는 활동'


짧게 얘기하자면 저런 식이 될겁니다. 이런 식으로 이공학을 제외한 다른 학문들을 열거해나가다 보면, 한가지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학은 "삶의 의미"에 대해서는 어떤 해답도 주지 않고, 공학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대한 유용성"을 기준으로 행해진다는 점' 입니다. 즉, 인간이 인간이게 해주는 두가지 측면 - 문명 과 문화 - 중에서 이공학은 전자에만 관계가 있다는 것이죠.


전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크게 상처가 됐었습니다. 완전히 무의미한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죠.


'도대체 난 왜 태어난거지?'

'난 왜 공부를 하지?'

'이 활동을 통해 xx전자가 돈을 벌던 말던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일까?'

'난 결국 월급만 받으면 땡인건가?'


같은 의문이 끊임없이 생기게 되고, 연구 활동을 통해서는 저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절대로' 구할 수 없습니다.


예술이나 인문학은 조금 다릅니다. 저런 끊임없이 생겨나는 질문들에 대한 성찰과 탐구가 바로 자기 직업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공학은 '삶에대한 본질적인 성찰'이라는 부분과 '살면서 실제로 행하는 일'의 사이에 어쩔수 없이 괴리가 존재합니다.


이 괴리에 대한 해답은 결국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제 해답은..


개인적으로, '나는 왜 사는가?' 같은 질문은 평생 자신에게 해봤자 쓸데없는 짓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애초에 틀린 전제를 깔고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해답이 나올 수 없다는 거죠.


왜 라는 질문은 당위에 대한 것입니다. 그것에 대한 해답을 외부에서 찾는다면 그건 결국 자기 자신이 외부 요인에 대한 노예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내심 인정하는 것이죠. 자기 영혼이 소중하고 자기 자유가 중요하다고 믿으면서 삶의 의미를 책이나 강연을 통해서 다른 사람이 알려주길 원한다면 조금 어폐가 있지 않은가..?? 이게 제 생각의 시발점이었습니다.


즉, 저 질문은 '저 돌멩이는 저기 있어야만 하는가?' 만큼이나 무의미한 질문인 겁니다. 그 돌멩이는 '거기 없어도 됩'니다. '나는 왜 사는가?'를 이젠 '나에게 꼭 이렇게 살아야 될 이유는 없었다'로 바꿀 수 있네요.


이 시점에서 수많은 순수 청년들이 자살도 하고, 온라인 게임에 빠져서 5년씩 날리기도 합니다. 애초에 '의미'라는게 없는 인생, 왜 지금까지 그렇게 아웅다웅했는지 억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나에게 꼭 이렇게 살아야 될 이유는 없었다' 라는 말은 '난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살면 되는거다'라는 생각의 출발점이 됩니다. 다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겠죠.


제게 있어서 '원하는 것'은 제게 '재미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뭐가 재미있었는가 하면, 개인적으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그중에서 제일 잘하는 것 - 을 최대한으로 발현해보는것.' 이었고, 사회적으로는 '인류라는 종이 가지고 있는 '문명'이라는 탑을 좀 더 쌓아올려보는 것'이었습니다. 전자는 '게임'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이고, 후자는 '인간으로서의 나'를 확인하는 행위였습니다.


생물은 물질계의 기본 법칙인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위배하려고 투쟁하는 유일한 존재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서 생물은 여러가지 해답을 찾아냈는데, 무생물과의 경계점을 모호하게 가짐으로써 생명력을 최대화한 바이러스부터, 물질계의 모든 것을 '알아냄'으로써 물질계의 한계를 돌파해보려는 인간까지가 그 모든 가능성이죠.


이러한 인간이 생물로서 가지고 있는 '멸망에 대한 끝없는 투쟁'이라는 속성, 그리고 '생물로서 가질 수 있는 진화의 한계속도를 넘어선 문명이라는 새로운 무기' 라는 인간 특유의 속성.... 생각만해도 피가 끓지 않습니까?


언젠가 인류라는 생물 집단이 '공간'이라는 실체를 정복하여 omnipresent 해지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시간'이라는 실체를 정복해서 eternal 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죠.

전자회로와의 접속을 통해 탄소베이스 생명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도 있습니다.

앎에 대한 끊없는 추구끝에 물질로서의 인간이라는 기본 전제를 넘어설 지도 모릅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저런 수많은 가능성을 향한 인간의 등정 ( 설령 그 끝이 종의 소멸이라고 할지라도 ) 에 모래알만큼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믿고있고, 그 신념이 저로하여금 이 분야의 연구가 '의미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원동력입니다.


다른 분들도 자기 자신의 '무언가'를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3편까지, 특히 매우 길고 난잡했던 3편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 3편을 세배정도 길게 써야 제 생각을 좀 더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 이상 길게쓰면 사정없이 '뒤로'버튼을 누르실 것 같아 여기에서 줄입니다. 추가적인 토의는 댓글에서 해보고 싶습니다.


뱀다리 :


오사마구라덴님께 드리는 대답은,


The ascent of man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브로노프스키씨가 TV 시리즈물로 제작했던 내용을 다시 엮은 것으로서, 불의 발견부터 언어, 농업의 시작등, 인간이 좀 더 다른 존재로 올라섰던 순간들을 하나씩 서술해놓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어보시고, 그 인간의 등정에 전율이 느껴진다면, 아마도 이공학에서 자기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 '그러든지 말든지.' 라던가 '이게 꼭 인간이 ascend 한건가? 그건 누가 정하는건가?'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면, 뭔가 다른 길을 찾아야겠죠.









































4. 3학년 2학기 즈음부터 슬슬 학교 생활은 변해가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밤새 와우에 접속해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네실의 힘' 을 득템해봤자 마음이 편하지 않고, 여자친구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사랑해 오빠' 라고 말해도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네. 드디어 학생 시절이 끝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 난감한 것은, 고등학생때 받는 스트레스는 대학 합격과 함께 사라지지만, 이제부터 느끼게 될 '뭘하고 먹고살지' 라는 스트레스는 당신이 충분한 노후대비를 한 상태에서 은퇴하는 그날까지 당신과 더불어 살아가게 됩니다. 즉, 지금 느끼기 시작한 그 스트레스는 사실상 영원히 떠나지 않을 것이고, 마음 편한 날이란 것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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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편을 쓴지가 대략 일년 정도 된 듯 합니다. 워낙 오래전 일이라 저런 글이 있었다는 사실도 아마 기억하는 분이 거의 없을 듯 하고 ( Dizzy 님 감사합니다 ) 저또한 잊고 살고 있었습니다만, 불현듯 그 글에 이어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라서 다시 왔습니다.


저 세편의 이야기가 이공계에 진학하려는 고등학생, 갓 이공계에 입문한 대학생 후배님들을 대상으로 한 글이라면, 오늘 쓰려는 이야기는 졸업이 가까워온 후배님들을 위한 글입니다.


졸업 이후의 진로는 크게 나눠서 대학원 진학과 취업이 있겠죠. 취업 이야기는 근시일 내로 쓰긴 어려울 듯 하구요, 오늘은 대학원 진학 그리고 그중 약간 특수한 경우인 유학 이야기를 다음 기회에 해보려고 합니다.


저 자신에게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전 저 모든 경우를 경험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래봐야 제 개인의 경험인 것이고 그것을 섣불리 일반화하는 것은 위험합니다만, 그래도 누군가 무슨 얘기라도 하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는 있는 것이니 약간 무리를 해서라도 개론을 펴보겠습니다.


그럼 글 시작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대학원 진학을 ‘그냥’ 했습니다. 무슨 새로운 각오같은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막연히 ‘나중에 내가 교수할지 회사에 뼈를 묻을 지 모르니까 일단 보험 들어놓자’ 정도의 개념으로 진학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 다른 많은 후배분들도 이런 식의 진학이 대부분의 경우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뭐 괜찮아요. 세상 살면서 모든 것을 예측할 수는 없는 것이니 저런 자세도 때론 필요하죠. 하지만 적어도 새로운 집단에 들어가려면 그 집단에서 ‘잘’ 하기 위한 요소들을 어느정도 알고 들어가는 것이 본인에게나 그 집단 구성원에게나 좋은 일이겠죠. 전 석사 과정은 굉장히 무성의하게 했고, 현재 박사 과정은 상당한 각오를 가지고 수행하고 있습니다만.. 석사 과정에서 남은 것은 ‘당연히’ 거의 없고, 현 과정에서는 죽이되든 밥이되든 뭔가 남을 것 같습니다. ‘각오’ 는 중요합니다.


자.. 그럼 어떤 마음 가짐으로 대학원 생활을 시작해야 할까요. 적어도 다음과 같은 사실 몇가지는 알고 시작해야합니다.


1. 대학원 2년은 공짜가 아닌, 취업이라는 기회비용 – 사회에서 쌓을 수 있는 인맥과 몇천만원의 돈 - 을 포기하고 가는 곳이다.

2. 대학원을 마치고 나면 ‘석사 인력’ 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이 딱지는 연봉 몇백 올리는 데에는 좋지만, 그만큼 나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따라서 어정쩡하게 대학원 마쳐서는 나중에 기생충 소리듣기 십상이다.

3. 대학원을 갈 필요가 없는 분야가 분명히 있다. 고로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그 석사 딱지를 활용하기 좋은 분야에 대한 고민도 끊임없이 해야한다.

4. ‘좋은 대학원생’ 이 되는 것은 ‘좋은 학부생’ 이 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저정도를 마음에 두고 시작한다면 일단 충분할 듯 합니다. 저중에서 1,2번은 굳이 제가 다시 말씀드릴 필요가 없을 테고, 3번은 각자 알아서 할 부분.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4번입니다.


대학원 진학은 학부를 1~2년 더 다니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고등학교때까지는 시키는 것만 잘 하면 우등생 소리 듣고 살았고, 친구들하고 대충 공차고 오락실 - 요즘은 피씨방이겠군요 - 다니면 인간관계에 문제가 없었던 데에 반해, 대학교를 진학하고 나면 일과 여가 양대 방면에 걸쳐 상당한 변화를 겪는 것이 일반적인 케이스죠. 이와 동급의 변화가 대학원 진학과 더불어 일어납니다. 그 하나하나를 가능하다면 제 경험을 덧붙여 언급해 보겠습니다.


ㅇ 공부에서의 변화 : 이제는 ‘배우는’ 입장이 아니게 됩니다. 지도교수님마저도 나보다 해당 문제를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모르는 문제를 어디서 도움받을 지 역시 대단히 불투명하기 마련이고, 내가 직접 생각해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해답을 가지고 있는지 마저도 알기 힘듭니다.


저 이슈와 관련된 제 경험이 하나 – 사실은 더 많지만 – 있습니다. 현재 제가 속한 실험실은 유체역학을 주로 연구하는 곳이고, 전 한국에서 MEMS 라는 반도체 기술을 이용하여 극소형 기계 전자 부품을 만드는 기술을 전공한 사람이었습니다. 근데 저 실험실에서 절 뽑았다는 자체가 좀 신기하죠? 교수님부터가 ‘난 유체역학은 잘 알지만, 내가 해보고 싶은 많은 실험이 MEMS 기술이 필요해. 근데 난 그걸 하나도 모르거든. 그러니까 니가 그런 쪽으로 좀 해’ 라는 자세였던 겁니다.


처음 저 말을 들었을 때는 ‘이야.. 내가 교수와 동급이구나. 신나는걸?’ 이라는 생각부터 들더군요. 근데 막상 연구를 시작해보니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닌겁니다. 교수님이 기본적으로 제시해준 기본 방향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고, 제가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라고 가르쳐주고… 그게 전부인 겁니다.


근데 제가 무슨 MEMS 초 전문가도 아니고, 진도가 생각처럼 잘 뽑아지지가 않더군요. 이런 저런 조그만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아 x발 이거 누가 좀 가르쳐주면 참 좋겠는데’ 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한번 막히면 이틀 담배피면서 농땡이부리기를 반복했고 교수님한테는 ‘이러이러해서 잘 안돼요’ 라고 메일을 보낸 뒤 ‘생각은 니가 해라. 난 시키는대로 할께’ 라는 태도를 견지했습니다. 답답한 교수님은 ‘내가 어디서 들었는데 그거 이렇게 하면 좋대드라’ 라고 이런 저런 논문 보내주시지만, 이쪽으로는 저보다도 모르는 양반인지라 대부분이 ‘뻘소리’ 수준의 논문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완전히 뭘 해야할지 방향을 상실한 상태로 6개월 정도를 보냈고 마침내 교수님이 폭발했습니다. ‘If you’re not motivated with this project, I don’t care. Just leave this group and don’t waste your time and my time.’ 이라시더군요. 제 교수님 무지무지하게 젠틀한 분입니다. 저건 교수님이 박한 양반이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제가 잘 못해서였죠.


지금 돌이켜보면, 애초부터 저런 교수 의존적인 제 태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었죠. 저런 쪽에서 물어보고 도움받을 만한 사람이 찾아보면 한두명이 아니었고 관련 논문은 수백편이 넘어갔는데도 제가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못했기 때문에 저런 초반의 문제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ㅇ 인간관계에서의 변화 : 대학원에서 새로이 만나게 되는 인간과의 관계는 ‘일’을 위한 관계로 시작해서 ‘일’을 위한 관계로 끝납니다. 저를 비롯해서 많은 수의 25살 청년들은 설령 일을 같이 하더라도 커피를 곁들인 수다와 피씨방에서 밤새는 것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합니다만, 솔직히 이제 그런 친구들은 서로간에 충분히 가지고 있고, 앞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과는 만나면 일 얘기나 하다가 일 끝나면 각자 자기 친구 만나러 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것에서 ‘아.. 이놈들 참 인생 무미건조하게 사네’ 라고 혼자 멋대로 생각한다면 이역시 낙오자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그사람들이 무미건조한 것이 아닙니다. 각자 자신의 ‘x알 친구’ 는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의 그런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 것 뿐입니다. 저런 변화는 사회에 나가도 똑같고 유학을 가면 더욱 극심합니다. 당신은 저 변화를 ‘대학원’에서 겪는 것 뿐이고, 그것을 ‘대학원’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저건 그냥 나이먹으면 생기는 변화일 뿐이죠.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밤새 스타하는 친구’ 가 될 수 없다고 해서 그사람과의 관계를 차갑게 가져갈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같이 일만 하면서도 충분히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 친구라고 해서 전부 평생 가지 않고, 어른 되어서 만든 ‘일을 위한 관계’ 가 오히려 평생 가기도 합니다.


ㅇ 교수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변화 : 이공계 학부생이 가지고 있는 교수의 이미지라면.. ‘공부를 너무 좋아해서 교수까지 된 별종’, ‘학생들 노동착취해서 자기 집사는 악당’, ‘인생의 선배’ 정도가 있겠죠. 3분의 교수님을 그동안 지도교수로 모시고 대학원 생활을 해보고 나니 그 시각이 조금 변하더군요. 이공계 교수는 제 시각에서는 ‘중소기업 사장’ 같은 존재입니다. 다만 그 기업의 목표가 이윤이 아니라 논문이라는 점만 다른 것이죠. 교수 정도 된 분들이니 공부를 제법 좋아했을 것은 맞겠지만, 대부분의 교수는 학생을 착취하지도 않고 학생과 Human being vs Human being 의 관계를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그분들이 보는 학생이라는 존재는 그냥 ‘논문’ 과 ‘연구성과’ 를 내는 동업자일 뿐이죠. 고로 학업상 고민이 생길 때 ‘교수님이 인생 선배니까 교수님과 얘기해봐야지’ 이런 생각은 상당히 어린애같은 발상입니다. 그런건 알아서 각자 해결하는 것이고, 교수와는 철저히 ‘일’ 중심의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우리가 교수에게 바라는 것이 ‘우리 아빠처럼 나에게 자상해줬으면..’ 같은 것이 아니죠. 우리가 교수에게 바라는 것은 ‘좀 더 넓고 깊은 시야, 내 논문을 잘 이끌어줄 지도력, 다른 좋은 교수와 날 맺어줄 영향력’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교수에게 주어야 하는 것도 ‘교수가 시킨 것 이상을 척척 해내는 연구력, 교수가 놓친 것도 잡아내는 개성, 다른 교수에게서 좋은 평판을 따옴으로써 지도교수의 사회적 영향력에 도움이 되는 능력’ 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교수는 ‘어린아이 뒤치닥거리’ 하는 데에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인생의 스승을 찾으면 안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그런건 각자 알아서 해야합니다.


ㅇ ‘평판’ 이라는 개념의 등장 : 학부생때는 한두과목 C, D 맞는 것이 큰 문제가 안됩니다. 다른 과목 A 받아서 종합 평점만 유지하면 돼죠. 인간 관계도 한두명 정 싫은 사람은 대놓고 무시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상관 없거든요. 반면에 이제부터 해당 학문의 ‘연구분야’ 라는 ‘좁은 물’ 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앞으로 평생 봐야할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은 나보다 쌓아놓은 것이 많고, 나에게 얼마든지 좋은/나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죠. 고로 이사람들과의 관계는 내 맘대로 맺고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 사람들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놈 참 reliable 하게 일하는 사람이지’ 라는 ‘평판’만큼은 목숨걸고 지켜나가야 합니다. 이 ‘평판’ 이라는 요소를 무시하고 자신이 무슨 예술가인 마냥 ‘최종 연구 성과만 내면 될거아냐. 닥치고 보고있어’ 식의 자세로 일하면, 분명 5년 10년 뒤에 그것이 자신의 발목을 잡게 되어있습니다. 저만해도 한때 쌓아놓은 평판의 힘으로 지금 MIT 까지 와서 공부를 하고 있고, 한때 망쳐놓은 평판때문에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의 절반 이상을 못받고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이야기는 이정도입니다.


일단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면 짧으면 2년, 길면 5년을 대학원에서 보내게 돼고, 그곳에서 새로이 만나게 되는 수십명의 사람들은 학부때 만난 수백명보다 후배님들의 인생에 - 적어도 벌어들일 돈과 사회적 지위, 일에 대한 만족도에는 - 열배 이상의 영향을 끼칠 사람들입니다. 고로 설령 시작하는 동기가 ‘뭐할지 잘 모르니 일단 시간이나 좀 벌기위해’ 서 일지라도, 일단 들어가서는 좋은 열매를 맺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글 줄입니다. 뭔가 앞뒤가 안맞는 부분들이 제 눈에도 바로 보입니다만, 이것 저것 손보겠다고 생각하면 글 자체를 못올릴것 같아서 그냥 눈물을 머금고 올립니다.


뱀다리 :


대학원 진학이 가지는 또 하나의 매력은, 비교적 손쉽게 학벌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워낙에 많은 인력들이 학부 졸업 후 이공계의 길을 접는 현실에서, 서포카 내지는 연고한 공대 계열의 대학원에 본교생 출신은 절반이 안됩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다른 학교 출신들 학생들이 메꾸죠. 저때만 하더라도 목원대 출신 학생이 합격을 했었고 ( 목원대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다만 목원대의 학부 커트라인이 서울대보다 많이 낮다는 것은 사실이죠 ) 요즘은 더욱 심화돼서 실제로 서울대 이공계 대학원 인력의 상당수가 '존재하는 줄 몰랐던 학교 출신' 학생들입니다.


이런 방법을 통하여 상위 학교 석/박사 학위 간판을 취득하는 것은, 학부 출신을 중요시하는 한국에서는 그다지 큰 이력상 메리트는 되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2~5년의 시간동안 쌓게되는 '인맥'이라는 것은 어마어마하죠. 이후 해당 학교의 연구원으로 취업할 수도 있고, 바깥으로 다시 나가더라도 취업에 적지않은 이득은 있습니다. 또하나의 '꼼수' 라면, 상위 학교에서 석사까지만 취득한 후 해외유학을 시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해외 학교에서는 비교적 최종학위 취득 학교를 중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이죠.


아래는 제 지난 글타래들입니다.





































5. 지난 한두달정도 제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을, 그냥 기억나는대로 몇개 적어보겠습니다.


1. 학생 한명이 '의례 그렇듯' 또 자살했습니다. 뭐 종종 있는 일이니 그런가보다 합니다.

2. 조교수 한분이 정규 교수직(tenure 라고 하죠) 심사에서 떨어졌는데, 본인이 asian 이라서 인종차별때문에 떨어졌다고 항의하고 계십니다. 미국에 있는 학교 중 가장 인종차별이 덜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이곳에서도 이런 일은 가끔 벌어지네요. 차별이 있었다면 있는대로, 없었다면 없는대로 착잡한 일입니다.

3. 기계과 대학원생들은 입학 후 2년내로 졸업자격시험을 쳐야하는데, 합격률은 약 50% 정도 ( 작년에는 40% 였죠 ) 입니다. 두번까지 기회를 주고, 두번 다 떨어지면 학교를 나가야합니다. 한국인 학생들도 올해 7명이 응시해서 3명이 떨어졌네요. 뭐 다음에 붙겠지만, 대단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은 확실합니다.

4. 전 한국에서 모아온 돈이 슬슬 떨어져가네요. 5년간 와이프와 1억원 가까이 모아서 미국으로 건너왔는데, RAship 으로 어느정도 학비야 충당이 되지만, 와이프 학비, 아이 양육비까지 합하면 결국 적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5. 작년에 발표된 미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과학자들에 저희과 교수님이 끼었는데, 흑인입니다.


이렇듯 유학 생활은 한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여러가지 일들이 벌어집니다. 그럼 본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순서 :

1. 실질적으로 유학 준비에 필요한 것들 - 오늘 글입니다.

2. 유학생활 특유의 장점과 문제점들

3. 유학과 결혼


으로 진행하겠습니다.


1. 유학 준비


유학 준비라면, 크게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와 '어드미션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 로 나눌 수 있습니다.


돈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죠.


유학에 드는 돈은 유학 지역과 학교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제가 있는 보스턴 지역은 학비(3만불) 생활비(싱글 만불 가족 2만불) 모두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고, 이곳에서는 일년에 토탈 약 5만불 정도의 돈이 필요합니다.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까이꺼 대충 일단 학교 들어가서 RA 따면 돼지' 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RA 는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이곳 MIT 에서도 RA 보조 없이 공부하는 한국인들이 제법 있고, 랭킹에서 약간 밀리는 학교쪽 사정은 훨씬 안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드미션을 받았던 학교가 MIT 와 카네기 멜론이었는데, 카네기 멜론쪽으로 접촉했던 교수님은 실제로 '내가 당장은 돈이 없고, 일단 와서 내 실험실에서 열심히 일하고 같이 펀드 따면 그때부터 줄께' 라고 하셨었죠.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첫 일년간은 자비를 박으면서 시작한다고 생각하시고 돈 문제를 해결하셔야 합니다. ( 학교에서도 보통 학생의 재정상태를 문서로 보내줄 것을 요청합니다 )


그럼 그 돈을 어떻게 장만하느냐...


ㅇ 장학금

ㅇ RA/TA 를 통한 자력조달

ㅇ 자비 꼬라박(헉!)기... -_-


정도가 있죠.


ㅇ 장학금


이중 제일 좋은 것은 당연히 장학금입니다. 돈이 있으면 이후 교수님 선택 과정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이 때문입니다. ( 대단히 매력적인 프로젝트를 하는 교수님인데 당장은 돈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있게 '나 돈 있어. 내가 할께' 라고 치고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


장학금은.. 제가 받은 장학금은 이미 없어졌고, 그때는 없었던 장학금이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개별 장학금에 대해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듯 합니다. 다만 아주 대충 전반적인 지원 범위를 생각해보면,


기업 장학금 ( 삼성- 없어졌죠.. 정부에서 삼성에서 넘긴 기금으로 현재 어떤 형태의 장학금을 주는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SK 등 )

기업 장학금은 전반적으로 지원 규모가 큽니다. 일년에 5만불 가까이 지원해주는 것으로 알고있고, 기간도 길게는 5년까지 이릅니다. 고로 이런 것들을 받으면 매우 유리한 것은 확실합니다만.. 받기가 쉽지 않죠. 기업 장학금의 특성상 뭔가 특혜를 받는 분들도 좀 있을테고, 학벌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 삼성 장학금의 경우에는 약 90% 정도가 서울대 출신인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제가 틀릴 수도 있겠지만, 압도적으로 서울대 출신이 많은 것은 사실이죠 )


정부 장학금 ( 과학재단, 정통부, 산자부 등등 )

정부 장학금은 기업에 비해 개개인에 대한 지원 규모는 작고 ( 3만불 정도 ), 대신 많은 수의 지원자에게 돈을 돌아가게 하는 편입니다. ( 몰빵하는 기업과 적당히 나눠주는 정부.. 뭐 그런 개념이겠죠 ) 비교적 수혜받기가 좋고, 가장 특별한 부분은, 학교 쿼터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고있습니다만, 정부 장학금은 특정 학교출신이 10% 이상 독식할 수 없도록 되어있습니다. 때문에 지방대 출신의 학생이 좋은 해외 대학 어드미션을 받았다면, 정부 장학금 경쟁에서는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저 정책이 다음 정부에서도 유지될 지는 제가 알 수 없지만,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웃겼던건, 전 서울대 출신인데 삼성 장학금은 떨어지고 정부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_^


ㅇ RA/TA 를 통한 자력 조달


이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어차피 연구 성과를 남기려면 어느 실험실에든 소속되어 연구원 생활을 하게 되는 만큼, 그 월급으로 조달하는 것이죠. 한국이 비해 미국 대학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학생 연구원 월급이 상당하다는 점입니다. 학비 전액 면제 + 매달 2천불 정도의 월급이 지급돼죠. 싱글의 경우에는 저 돈만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됩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와이프와 아들까지 있어서 조금 부족했지만요. ( 정부 장학금은 3만불 정도이기 때문에, 교수님과 얘기를 통해 3만불 정도의 부분 RA 를 받고 연구를 시작했었습니다 )


다만, 장학금과 마찬가지로 RA/TA 자리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경쟁률은 1.5대 1 정도로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랭킹이 약간 아래로 내려가면 2대 1정도 될테구요. 성적만 매기는 Grader 같은 것은 일도 적고 경쟁도 약하지만, 대신 돈이 엄청 작죠.. ( 월 500불 정도 )


ㅇ 자비 꼬라박기


장학금을 과연 딸 수 있을지, RA 는 구할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을 미리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인생입니다. 결국 저런 부가적인 돈을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고, 못구해도 큰 지장 없도로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겠죠.


부모님께서 부자시라면 다행이겠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부모님께서는 1~2억의 돈을 선뜻 조달해주시기는 쉽지 않죠. 고로 자력 조달 ( 최소한 절반이라도!) 의 방법을 생각해봐야 하는데, 제가 권하는 방법은 전문연구요원입니다.


기간만 보면 4년으로 병역 2년의 두배에 달하지만, 독하게 마음먹고 모으면 그 기간동안 5천만원 정도는 모을 수 있습니다. 다만 70% 이상의 유학 지망생들은 이 과정에서 뜻을 접게됩니다. 연구요원을 하려면 석사 학위가 필요하고, 석사2년 연구요원4년을 거치고 나면 서른에 가까워지는 나이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부분이죠.


자..... 돈은 그렇다 치고, 어드미션은 어떨까요?


유학을 어느 시점에서 가느냐에 따라 어드미션 받기는 상당히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학부 자체를 유학가는 조기유학의 경우 - 이런 경우를 여기 오고나니 의외로 많이 봅니다만.. 이건 제가 전혀 개념이 없어서 말씀드리기가 힘듭니다.

학부만 마치고 유학가는 경우 - 성적 > 교수 접촉 > 연구 실적

석사까지 마치고 유학가는 경우 - 교수 접촉 > 연구 실적 > 성적


저렇게 두가지 경우가 준비사항에 있어서 판이하게 다릅니다. 한국에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현재의 이공계 기피현상과 맞물려서 솔직히 상당히 쉬운 면이 있습니다만, 미국의 경우에는 (본토인은 마찬가지 경향을 보이는 듯 합니다) 유학 지망생들끼리의 경쟁이 워낙에 치열하기 때문에, 요구사항들이 제법 많아서입니다. 그리고 대학원 입학 심사는 서류만 가지고 컴퓨터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수 위원회에서 당락을 정하기 때문에, 관심있는 분야의 교수님에게 적어도 반년, 가급적 일년 전부터 이메일 스토킹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어드미션 받은 두 학교 모두 일년 가까이 이메일 스토킹을 행한 곳이었고, 늦게 시작한 두 학교는 떨어졌죠.


학부만 마치고 유학을 가는 경우라면, 기껏해야 연구 실적은 학부 논문 하나정도겠죠. 때문에 성적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학점과 토플, GRE 성적들이 그것이죠.


반면에 석사를 마치고 거기에 연구요원 4년의 경력까지 있다면, 교수가 바라는 것은 전혀 달라집니다. '애' 받아서 가르쳐서 써야지.. 개념이 아니라, '직원' 하나 받는 느낌으로 뽑기 마련이죠. 때문에 본인이 그동안 출판한 논문이 어떤 것들인지, 논문화는 되지 못했지만 회사에서 어떤 일들을 했는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교수는 하루에 200개 이상의 이메일을 받는 사람이고, 이 분들의 눈에 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솔직히 GRE 나 토플 준비는.. 그냥 하면 됩니다. 그거야 말로 미리 고민하는 자체가 에러에 가깝죠. 반면에 훨씬 중요한 학점과 논문 출판에 있어서는 많은 사람들이 등한시 하는 면이 있습니다. ( 저도 솔직히 그랬습니다. 석사과정을 너무 헐렁하게 마쳐서요. 저같은 경우에는 직장을 잡은 이후로 오히려 맘먹고 유학 준비를 시작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경력도 그쪽에서 대부분 쌓았구요. )


고로 유학을 갈지 말지는, 늦어도 학부 3학년 즈음에는 고민을 시작해 봐야 합니다. 자신이 돈이 얼마나 있는지, 군대는 어떻게 해결할지, 어느정도 학교 까지 지원이 가능할지..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을 뜻합니다. 나중에 나이 먹을대로 먹고 나서 '아.. 일도 잘 안풀리는데 유학이나 갈까?' 라든가, 사랑에 실패했다고 '아.. 드라마처럼 미국가서 마음이나 정리하고 올까?' 라는 식으로는 제가 장담하건데 아무데서도 어드미션 못받습니다.


그럼 준비에 대한 글은 이정도로 하고, 실제 유학 생활에 대한 글은 다음 기회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왜 한꺼번에 안올리냐고 물어보신다면, 제가 지금 담배를 피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근데 담배를 피고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에 다음 글은 오늘은 못쓸듯 합니다. ^ㅇㅇ^


뱀다리 : 유학에 관한 글만 길어지는 이유는, 제가 지금 유학중이라서 비교적 상세한 서술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취업에 대한 글도 언제고 쓰겠습니다. ( 개인적으로 대기업, 벤처, 대기업 하청이라는 세가지를 조금씩은 맛본 사람이라.. 할 말이 많습니다. )

. 6, 원래 중편에서 쓰려고 했던 주제는 이미 제게서 아웃오브안중이 되어버렸습니다. (점점 글의 통일성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_^) 몇달씩 간격을 두고 쓰다보니, 당시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돌이켜보면 별 것 아니기도 하고 그 반대의 일도 있고 그렇기 때문이죠.


오늘 대신에 쓰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 사람들과 미국인, 인도인을 비롯한 제3국인들의 정서에 대한 글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을 기반으로 쓰는 글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 입장에서는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가급적 여러명의 의견을 취합해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럼 글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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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

이곳에서 저도 공대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제 아내 역시 BU 에서 Health management 학과에 재학중입니다. 근데 저번 학기에 '국제 경영' 과목 - 국제적 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특정 문제들을 논하는 - 에서 팀별 학기 과제로 내준 주제가 매우 재미있더군요. 


'한국(저희가 한국인이었던 것은 완전 우연이었죠)에 진출한 기업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모기업 CEO 와 한국인 지부장간의 알력이 그것이다.

1. 임원간의 회의 시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2. 부하들에게는 권위적이며

3. 그러나 업무 능력은 탁월한 한국인 지부장이 있다면

- 넌 어떤 식으로 알력을 해결해나갈 것인가?'


대충 저런 것이었습니다. 저도 흥미가 동해서 아내의 과제를 상당부분 같이 했었는데, 그 팀에서 한국인이 아내 한명뿐이다보니 주로 양국간의 문화 차이에 대해 논하는 부분을 맡게 되었습니다.


저와 제 아내가 저런 한국인의 특성의 이유로 들었던 것은


1에 대한 답변 : 한국인은 모두가 아는 것을 굳이 나서서 이야기하는 사람을 '나댄다' 라고 생각한다.

2에 대한 답변 : 한국인은 '존경'이라는 것을 상당히 중요시한다. 어떨 때에는 이것은 상호간 실질적 이익을 능가하는 가치를 지닌다.

3에 대한 답변 : 한국인은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 라는 말을 어렸을 때부터 주입받는다. 능력을 드러내지 않아도 그것을 주변에서 알아서 평가해주기 바란다.


대충 이정도였습니다. 제 예상 - 오.. 한국인에게 그런 습성이 있어? - 과는 다르게, 팀원들의 반응은 '맞어. 니가 딱 그래. 근데 여기서 살라믄 그럼 안돼' 였습니다.


즉, 나름대로 개도국 문화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30대들 역시 미국인의 눈에는 아직도 저런 품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죠.



2. 인도인이랑 같이 일하지 말라.

유학 나와보면 미국인을 능가하는 수준으로 인종차별주의자가 되기 쉽습니다. 이유야 어쨌던간에 당장 냄새나고 당장 지저분하게 하고 다니고 당장 에티켓 떨어지는 특정 국가 출신 사람들을 많이 보다보면, 인종차별적 시각을 멀리하는 것은 상당한 수준의 자제력이 필요합니다.


근데 저런 단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의 한국인들이 같이 일하기 싫어하는 국민이 있는데, 바로 인도인입니다.


한국인이 인도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밑에 서술하겠지만, 저런 시각은 잘못된 겁니다)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 같이 일해놓고 지가 다 한거처럼 얘기한다.

- 교수한테 알랑방구 뀐다.

- 일의 진행이 희망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허풍을 많이 떤다.

-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한다.


그런 말을 많이 듣다가, 마침 제가 인도인 postdoc 과 같이 일할 일이 생겼습니다. 처음 진행되면서 느낀 것은 과연 그랬습니다.

- 저희 연구 결과로 가장 큰 저널에 낸 논문은 그 친구가 first author 가 됐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한 일이 더 많은데!

- 교수와의 미팅 시간에 그친구가 늘어놓는 허풍은 상상 불가능한 수준이더군요. 1% 의 가능성정도가 있는 일도 일단 무조건 된다고 말해놓고 시작합니다.

- 근데 배신 안하더군요.



3. 한국 출신 교수님과의 술자리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오신지 대충 20년정도 되신 교수님이 한분 계십니다. 미국에서 tenure 도 따시고 national award도 몇개 받고, 학과 graduate program director 까지 되신 분이니, 나름대로 성공하신 분이죠.


그분하고 이야기하다가 그 인도인 이야기를 하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의 대답은


- 상황이 눈에 선하다.

- 넌 분명히 일단 닥치고 일만 하면서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교수님이 알아주지 않으면 사람도 아냐' 라고 생각하고 있을거야. 근데 니가 교수한테 니 결과에 대해 말하는건 딱 두 경우 뿐일거야. 교수님이 물어볼 때랑 이메일 보내는 경우.

- 니가 교수라고 치고, 자기 일을 좋아하고 신나 보이는 80점 짜리 학생이랑, 시킨 일은 그럭저럭 해오지만 맨날 뚱해보이고 아무말도 안하는 90점 짜리 학생이랑.. 누구랑 일하고 싶을거 같니?

- 말 잘하는 애랑 말 못하는 애랑 ( 언어 능력이 아니라 표현하려는 의지 ) 누구를 presenter 로 삼을까? 그리고 그 presenter 가 first author 가 되는거 아닐까?

- 내가 바로 너같은 중국애랑 니가 말한거 같은 인도애를 밑에 두고 있는데, 나도 인도애를 키워주고 있거든.


저 말을 다 듣고나니, 교수님이 지난 2년동안 딱 두번 넌지시 던졌던, 'Please be honest. Are you happy?' 라는 말의 무게가 느껴지더군요. 결국 이곳에서 특별한 사람은 그 인도인이 아니라 저였습니다.


그리고 유학을 와서 만나게 되는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저 인도인과 비슷한 품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4. Beggars cannot be choosers

라는 말이 이곳에 있습니다. 뭐 우리 정서를 기반으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아쉬운 놈이 참아야지' 정도가 될 수도 있지만, 미국인의 정서를 기반으로 보다 정확한 번역이라면 '을은 갑에게 알아서 기어야 한다' 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존댓말'이라는 특유의 문화가 있습니다.


'선생님'


이라는 문화도 아울러 가지고 있죠.


내 윗사람은 나보다 지력 도덕성 품성 등등등에서 완전무결하게 나보다 우위에 있다.. 라는 개념에서 출발하는 단어입니다.


근데 사실 웃기는 소리입니다. 말이 안돼요. 사람들도 그것을 내심으로는 다 알고 있습니다.


그 결과 한국 특유의 '말로는 선생님 선생님 부르지만, 실제로는 '피식. 지가 뭐라고' 라고 뒤에서 욕하는 문화' 가 생겨납니다. 우리나라 특유의 변형된 평등주의도 어쩌면 저 존댓말 문화의 거울인지도 모릅니다.


미국의 boss 개념은 우리나라와 사뭇 다릅니다. boss 는 현재 이루어지는 계약에서 돈을 주는 쪽이 무조건 boss 가 됩니다. 이 boss 가 나보다 잘난 사람이란 개념도 없고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라는 개념도 없습니다. 그저 지금 그는 '갑'이고 나는 '을' 이라는 개념 뿐이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미국인들의 '계약 이행'에 대한 집념을 우리나라 사람들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미국인 학생에게 일을 시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계약 날짜까지 뭔가 해옵니다. 그 학생이 교수를 존경하던 말던 그런건 중요하지도 않고 아무도 신경도 안씁니다.

한국인 학생에게 일을 시키면, 자기 마음에 들면 빨리 가져오기도 하고, 자기 마음에 안들면 아예 안가져 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럴 경우에는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 목을 치십시오' 라고 하죠. 말하자면.. 교수를 무서워만 하고, 교수와의 계약 이행에 대한 개념은 상당히 부족합니다. ( 제가 그랬어요! )


이건 사실 뭐가 옳고 그르다라고 판단하기는 힘든 부분입니다. 하지만 일단 우리나라 학생들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공부를 하는 현 상황 하에서는, 뭐 어쩌겠습니까 '아쉬운 놈이 참아야죠' 그리고 그걸 위해서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미국에서 교수와 학생은 스승과 제자이기 이전에 계약 당사자들이다' 라는 점입니다.


뭔가 더 쓸 말이 있지만, 실험 '약속' 시간이 되었습니다. '약속'은 곧 '계약' 이므로, 이행하러 가봐야 하겠습니다. 모자란 부분은 다음 글로 백만년 뒤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들 보내세요.

























7. ㅇ 디워 관련해서 말다툼 한바탕 하고 집나간 아들놈이 돌아왔는데.. 한동안 안온다더니 주욱 쉬시지 왜 또 왔나? 라고 하실 분들이 계실 듯 합니다. 노래는 못하면서 애교나 떠는 아이돌그룹은 훌륭한 가수분들을 모독하는 나쁜x들 이고 원더걸스는 완소가 되는 현실, 원더풀 데이즈에는 눈길 한번 안주다가 디워는 천만명씩 보는 현실... 솔직히 저로서는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때 제 댓글은 매우 도를 지나쳤다는 것 역시 인정합니다. 사과드립니다.


ㅇ 가끔 피지알에 눈팅하러는 들렀었습니다만, 이공계 관련 글들을 볼 때마다 뭔가 글을 쓰고싶다는 강한 욕망이 들더군요. '에이 x팔리게 뭐하는 짓이냐!' 싶어서 매번 뒤로 버튼을 눌렀었는데, 결국은 욕망이 x팔림을 이겼습니다.


ㅇ 제 글을 재미있게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아닌 분들도 계시지만, 이공계에 계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시간낭비가 되진 않을 글을 올리려고 노력했습니다.


ㅇ 잡담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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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


저를 포함해서 매년 수십만명씩 배출되는 '이공계' 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은, 다른 분야와는 달리 강한 피해의식을 느낀다는 특별한 성질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입학때만 해도 쟤보다 공부 잘했는데 쟤는 사시 패스하고 난 치킨집하고.. 어??'

'같은 대학 같은 학년인데 쟤는 소개팅하러 다니고 나는 20시간째 납땜만 하고.. 어??'

'저 분야는 시간이 갈 수록 경력이 쌓이는데 난 40살만 되면 퇴물취급 받고.. 어??'


이런 것들이죠.


이솝우화에 '성실한 원숭이' 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원숭이가 다른 동물들한테 성실하다는 칭찬을 받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수의 통나무를 이쪽에서 저쪽으로, 다시 저쪽에서 이쪽으로 하루종일 옮기면서 땀을 뻘뻘 흘리죠. 그렇게 열심히 통나무를 옮겼는데도 아무도 칭찬을 안해주자 마침내 원숭이는 분노를 터뜨립니다. 그리고 바보취급당했다는 아름다운 우화입니다.


딱 잘라 말해서, 과거에 제가 느꼈고 여러분들이 현재 느끼고 계시고 다른 대부분의 이공계 인력이 느끼는 분노는 저런 겁니다.


쟤는 사시패스하겠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위해 공부를 해서 과연 사시를 패스했고,

쟤는 일 좀 덜해도 되는 분야를 선택해서 과연 소개팅을 하러 다니고,

쟤는 시간이 갈 수록 경력이 쌓이는 분야를 선택을 해서 과연 경력이 쌓였고


모두 원인과 결과에 충실한 현상입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대부분의 이공계 인력이란 사람들은 '돈 많이 못벌면서 밤새 일해야하고 경력은 안쌓이고 퇴직 일찍해야하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런 분야를 선택했으니 그런 결과가 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무도 사기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사실을 미리 몰랐던 것이 우리 잘못일 뿐이죠.


이공계를 선택한 분들은 왜 이공계를 선택했을까요?


'국가적으로 이공계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말을 고등학교 선생님이 말해주길래'

'밤새 커피를 들이키면서 실험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나이많다고 잘하는 분야가 아니라 센스있는 놈이 이기는 분야를 해보고 싶어서'


그래서 선택했죠.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암울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생각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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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공계 푸대접의 원인


개인적으로 이공계 인력이 푸대접받는 현실이 우리나라 전통의 ‘사농공상’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철밥통 공무원보다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니까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없구요.


실제로 박정희 대통령 재임 중에는 이공계 인력에 대한 대접이 엄청나게 좋았었습니다. 재해외 연구 인력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연봉을 받으며 KIST 로 들어왔었고 일반 근로 인력도 ‘고생은 해도 벌이는 좋아’ 라는 당시 최고의 낭만을 충분히 구가했었습니다.


그럼 왜 지금은 이모양이냐? 그 이유는 유교적 전통이 아니라 단순히 수요 공급의 법칙 때문이라고 봅니다.


20대 분들한테는 조금 생소한 이야기겠지만, 이공계 몸값이 떨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5년전의 어떤 정책이었습니다. 92~94년에 걸쳐 국가적으로 이공계 인력 수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주요 대학의 공대 정원을 두배로 늘린 것이 그것이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전두환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일차로 국책 연구소에 대한 대우를 거의 절반으로 삭감한 것이 그 시초였습니다. 두가지 정책의 의미와 영향은 대충 이런 거였습니다.


전두환 재임중 연구 인력에 대한 대우 삭감 : 박통때 ‘모든 기술을 국산화해서 기술 강국이 되자’ 라는 모토를 바탕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하는 것 이상으로 대접받던’ 연구 인력이 결정적으로 오리알이 되는 정책이었습니다. 기초 기술의 연구를 접고 상용화 기술을 위주로 나아가되 그것은 각 기업에 맡기는 현 분위기의 시발점이 되었죠. 그리고 아시다시피 당시 기업들은 차라리 부동산으로 벌지 기술개발로 돈 벌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코어급 연구 인력들은 기업에서 나름 좋은 대우 받으면서 살았습니다.


김영삼 재임중 각 대학 이공계 대폭 증원 : 당시 역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던 한국 경제 사정상, 당연히 각 분야의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차산업에서 그 현상이 가장 심했었고 ( 이당시 우리 금융권은 많이 약했죠. 괜히 IMF 를 맞은 것이 아니니까요 )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각 대학 이공계 정원을 2배, 많게는 3배까지 늘리는 정책이 단행됩니다. 근데 문제는,


이공계 학생들은

•        연구 인력이 되거나

•        라인 인력이 되는데,


냉정하게 말해서 연구 인력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은 전체 이공계 인력의 20% 가 채 되지 않습니다. 근데 전국적으로 이공계 정원은 크게 늘었고, 라인 인력의 수요가 그만큼 늘어나지 않자 자연스럽게 공급 과잉 현상이 일어났죠. 굳이 김영삼 정부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상위 학교의 정원만 늘어나면 충분한 것이었는데 비교적 라인 인력의 배출을 지향하는 학교에서도 그 분위기를 틈타 수입 증가를 위해 무리하게 정원을 다같이 늘렸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문제는,


1. 어느 분야가 뜬다.

2. 국가적으로 그 분야 인력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생산량을 늘린다.

3. 몸값이 조정된다.

4. 그 분야가 예전만 못해진다. 근데 대학에서는 등록금을 받아야 하니 정원을 줄이지 않는다.

5. 어리버리 남들 시키는대로 입학했다가 그저 눈물만.


이런 경우입니다. 딱잘라 말해서, 지금 이공계 대학 정원은 현재 산업체에서 필요한 인력에 비해 너무 많습니다. 근데 정원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각 학교에서 등록금을 받기 위해서죠.


중공업 위주의 현재 공업 구조가 BT NT IT 로 바뀌는 미래에는 이 현상은 더 심해질 겁니다. 지금처럼 수천 수만명씩 라인에서 일하지 않을 거니까요. 라인 인력의 구직난은 몇배이상 심해지겠죠.


고로, 우선 대학에 붙기 위해 아무데나 진학하는 것은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후에 아무도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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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꼭 남탓만 할 일은 아닙니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으면 투덜대면 안됩니다.


예전에 '카이스트' 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채림씨가 그 드라마에서 좀 떴었는데요, 카이스트에 다니는 이공계 학생들의 꿈과 야망 그리고 사랑을 그린다는 드라마였습니다.


근데 잘 보면 드라마 속에서 그 이공계 학생들의 꿈과 야망이란게


'한달동안 밤새 일해서 모형 개구리가 잘 움직이면 난 참 행복할 거 같애'


이런 거였습니다.


'한달동안 밤새 일해서 모형 개구리를 개발해서 큰 돈을 벌면 참 행복할 거 같애'


가 아닌거죠.


이공계 쪽으로 재능이나 관심을 보이는 인력은 10살때부터 저 세뇌교육을 끊임 없이 받습니다. '너는 이공계 일을 할 환경만 주어진다면 머리가 뽀사지도록 밤새 일해야 하고 그게 너의 행복이야. 돈같은거 바라면 속물이지' 이런 교육이죠.


그리고 여러분들도 솔직히 생각해 봅시다. 어려서 이공계의 낭만이라고 상상했던 것들이 '밤새 일해서 모형 개구리가 움직이면 행복해' 따위의 것이었는지 아닌지. 아마 대부분 저기에서 그쳤을 겁니다. 그 다음을 생각하는 것은 우리에겐 금지되어 있었죠.


근데 그건 우리끼리나 할 소리인 것이고, 몸값 관리도 안하는 사람들이 자기 몸값 낮다고 푸념하는 것만큼 보기 흉한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권리에 너무 무관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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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학 중 몇몇 분야는 본질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센스있는 사람이 대접받는 분야는 반대로 보면 99.99% 의 센스없는 사람들에게는 지옥입니다. 프로그래밍이 대표적인 그런 분야죠.


전산학 전공으로 학부를 마치고 미국 유학중에 게놈 프로젝트 초창기부터 합류한 분이 계십니다. 이후 Bio-infomatics 라는 학문 분야가 생겨나면서 자연히 그쪽으로 전공을 틀었고, 미국의 촉망받는 30대 교수에게 주는 상을 타신 분이죠. 그분이 술자리에서 하셨던 말씀이,


'전산학이란건 말야, 사람이 만든걸 사람이 해석하고 응용하는 분야거든. 근데 그게 어려울 수가 있겠냐? 너무 쉬워. 너무 쉬워서 오히려 하기가 힘든거야. 깊이 파고들게 없으니까 남들보다 센스 좋은 놈이 다 먹는거야. 그래서 내가 이쪽으로 도망쳤지.'


게임 프로그래밍 배우는 데 얼마나 걸립니까? 길게 잡아 2년? 그걸로 프로그래머로서 알아야 할 지식은 끝입니다. 더구나 몇년마다 새로운 칩 새로운 기법이 나오고 그때마다 기존의 지식은 사실상 쓸모없어지죠. '어마어마한 경력을 쌓은 장인' 이란 것이 불가능한 이유입니다. 내가 2년만에 배우고 뛰어들 때는 좋았지만, 매년 새로이 2년 배우고 뛰어드는 나보다 젊은 친구들이 나보다 더 잘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화공이나 토목같은 ‘센스 좋은 놈보다는 엉덩이 무거운 놈이 이기는 분야’ 가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17가지의 변수를 최적화해서 반응 실험을 해야하고, 예상 소요시간은 6개월. 이런건 센스좋은 사람은 오히려 못버티는 분야입니다. ‘난 뭐든지 열심히는 할 수 있어! 제발 나에게 일자리를!’ 이런 스타일이라고 스스로 자부하신다면 실험이 위주가 되는 분야로 뛰어드는 것이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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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어떤 열혈 청년이 '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쌀농사를 할거야!' 라고 말하면서 농사를 시작했다가 10년 뒤에 울분을 토한다면, 물론 참 안된 일이지만, 그분 자신에게도 잘못은 있습니다.


‘난 랭보의 시가 너무 아름다워’ 이런 분이 불문학을 전공했다가 이후 장기 실업자가 된다면, 그건 100% 그분의 잘못입니다. 랭보의 시가 밥벌어주는 것이 아닌건 너무 당연하거든요.


‘난 이공계 공부가 재미있어’ 이런 분이 이공계 공부를 하다가 이후 장기 실업자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밌는 일 하는데밥값이 벌리면 그건 대단한 행운아인 것이지, 자동으로 보장될 리가 없습니다.


결국 가장 건전한 접근은 ‘난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고 싶은데 문과보다는 이과가 더 적성에 맞아’ 라는 정도의 시작일 테고, 그리고 나서 전공을 선택할 때는 인력 수급 현황부터 알아보세요. 저도 경쟁률 쎈 분야에 종사하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실패하면 제 잘못입니다. 누굴 탓할 문제가 아닌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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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일자리가 없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공장이 안돌아가니 일자리가 없어요.


자동화는 점점 더 진행돼서 사람이 필요없는 세상이 왔는데 사람은 60억명이나 있으니 당연히 일자리가 없습니다.


미국은 대부분의 주유소에서 셀프 서비스로 주유를 하는데, 뉴욕주같은 경우에는 얼마전부터 그것이 금지되었습니다. 주유 요원이라도 채용을 해서 고용 안정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이죠. 제 학교에 하루종일 돌아다니는 청소부는 100명 가까이 됩니다. 하는 일도 없어요. 그래도 억지로라도 일자리를 만들어서 줍니다.


우린 그게 안돼요. 왜? 가난한 나라니까요. 참여정부에선 이미 많이 잘살고 있다 하고, 한나라당에서는 정권만 바뀌면 연 7% 경제성장 한다고 하고, 민노당에서는 대학 평준화해서 모두가 잘사는 나라로 가자고 하지만,


제 생각에는 우리나라의 현실은 오늘은 쌀밥 먹지만 내일은 옥수수도 못먹을 수 있는 최악의 위기입니다.


어쩔 수 없어요. 주어진 현실이 그렇습니다. 그 잘난 스웨덴도 EU 블럭형 경제로 보호받지 않는다면 이미 수십년전에 망했을 것이고 대처가 일으켰다는 영국도 유전 안터졌으면 진작에 망했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살기힘든 곳이 되어가고 있고, 우리는 '엘레강스한 인생' 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처자식의 생존'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이공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다들 열심히 해서, 차라리 다른 나라 피빨아먹고 사는 선진국이라도 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어??!!!














































8. 만화 역사에 길이 남을 슬램덩크를 보면 여러명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나옵니다. 주인공 강백호, 원래는 주인공으로 기획되었다가 라이벌로 중간에 설정이 바뀐 서태웅, 우직한 리더 채치수, 최고의 재능을 지녔지만 2년의 허송세월이 약점이 되어버린 정대만 등이 그들입니다.


그중에서 사람들에 의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대사들을 – 왼손은 거들뿐 빼고 - 남긴 것은 아무래도 불꽃남자 정대만일 겁니다. 그 대사 하나하나가 명품이기도 하거니와, 그 대사를 말하는 사람인 정대만의 인생 역정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하게 만들기 때문일 겁니다.


훌륭한 재능, 극복이 불가능했던 역경, 젊은 시절의 방황, 다시금 불태우는 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는 전성기의 기량 (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뛰어나지만) 등등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지요.


근데… 냉정하게 말해서, 사람들이 정대만에게 교감하고 ‘그래 내가 이렇지’ 라고 말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에 말이 안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극복 불가능할 만큼의 역경을 겪지도 않고, 방황은 그냥 지가 하고 싶어서 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의지를 다시 불태우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교감하는 캐릭터는 그래서 그 만화에 아주 잠시 나오는 ‘장권혁’ 이었습니다. 중학 시절에 정대만에게 패배하고 절치부심 3년의 시간을 보낸 뒤 마침내 정대만을 다시 만나죠. 그는 그 길었던 3년간 쌓아올린 실력으로 마침내 정대만을 패배 직전으로 몰아넣은 뒤, ‘넌 날 이길 수 없어. 고교 농구를 우습게 보지 마라’ 라고 한마디 던집니다. 하지만 이후 잠자고 있던 재능이 폭발한 정대만에게 5분만에 다섯개의 삼점슛을 내어주고는 팀 패배의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 되어버립니다.


제가 저 사람에게 강한 교감을 (사실 전 거기서 거의 눈물이 날 뻔 했었는데) 느꼈던 이유는, 사실은 저 모습이 우리들 대부분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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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때 어떤 분야에 대해 재능을 보이고 그 분야가 크게 싫지 않다면, 인생이 편합니다. 그 재능이 내가 할 일을 결정해주기 때문이죠.


근데 문제는, 그 재능을 발현하면서 해당 분야의 사회로 진출할 수록 그 사회에는 그 재능이 강한 사람이 모여있다는 점입니다. 인문계에 진학하면 평균 학업능력이 높아지고, 좋은 대학교로 올라가면 다시 주변 사람들의 능력이 훨씬 좋아지고, 음악 좋아하던 사람이 예고라도 간다 치면 더이상 내 재능은 주위사람들과 비교해볼 때 전혀 특별하지 않습니다.


이런 벽에 부딪히는 경험을 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 소위 ‘천재’ 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죠. 물론 이런 사람들이 단순히 IQ 260 으로 태어났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신경학을 10년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서 누구나 정신분석학을 창시하진 못하고, 어른이 된 다음에 무용을 시작했다면 대부분은 마사 그레이엄같은 무용수가 되진 못합니다. ( 천재에 대해 아주 재미있는 책이 하나 있습니다. 천재적 창조성을 발휘한 6명의 사람을 분석한 ‘열정과 기질’ 이라는 책인데요, 지은이인 하워드 박사는 원래는 ‘다중지능’ 이론으로 유명한 사람이지만 해당 분야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만한 책입니다.  )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름 잘났던 자신이 평범해지는 이런 변화는 제법 받아들이기 힘든 변화입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택하는 전략은


1. 과거로 회귀해서 ‘내가 소싯적에는 어쩌고 저쩌고’ 라고 말하며 주변의 인정을 바라거나,

2. 그 집단이 평균적으로 잘 하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단순한 니들과는 달리 나는 문학에 대해 깊은 소양이 있는데 어쩌고 저쩌고’ 라는 식으로 자신을 특화하려 합니다.


두가지 모두에 대해 주변의 반응은 동일합니다. 니가 소싯적에 공부(내지는 철학/문학/오덕 게임) 좀 했다 치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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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세번째 길도 있습니다.


3. 패배가 예정된 길을 일부러 택한 뒤, 자신의 패배는 운명이 정해준 것이라 외친다.


Underdog 스타일의 사람은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승리라는 자체에는 흥미가 없어보일 정도로 불리한 상황에 대한 중독이 심합니다. 이런 부류의 인간은 유리한 상황에서 이기는 것에는 애초에 관심도 없습니다.


근데 이런 인간의 속마음 깊은 곳에는 사실은 패배주의가 내재하고 있습니다. ‘난 불리한 상황에서 싸웠어. 고로 이기면 내가 대단한 것이고, 지면 뭐 그건 운명이 나를 패배시키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거지.’ 이런 마음을 말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언더독 스타일의 사람이 그럼 유리한 상황에서는 분명히 승리했을 것이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리한 상황에서 플레이하기를 두려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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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길도 있습니다. 장권혁이 택했고,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가 택했던 길입니다.


4. 천재는 천재의 길이 있고, 나는 보통사람들의 챔피언이 될 것이야.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살리에리가 정신병원에서 남겼던 마지막 대사를 조금 바꿔봤습니다)


이 길은 정말로 가기 힘든 길입니다. 왜냐하면, 이 길의 끝에서 성취할 수 있는 것은 평범함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걷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노력과 의지는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견하거나 타이거 우즈가 PGA 우승하기 위해 들인 것에 비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 이 지점에서 의지와 노력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하나 적어두어야 할 듯 합니다. 저는 불굴의 의지를 지닌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할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불굴의 의지를 발현하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좀 궤변같죠.. 하지만 이런 면이 분명히 있어요.


잘난 사람은 패배에 대해 강한 내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볼 수도 있지요. 힐러리 경과 내가 에버레스트 산을 첫번째로 등정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가정하고, 제가 이번에 17번째로 등정에 실패했다고 칩시다. 아마도 저는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내가 이번에 에버레스트 산에 등정하는 것에 대해 또 실패했지만, 어차피 아직 힐러리도 올라가보지 못한 산이야. 고로 한번 더 해보자’ 라고요. 이런 '잘난 나 vs 잘난 다른 사람'의 경쟁이라는 상황은 패배를 극복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2007년에 에버레스트를 올라가려는 노력을 제가 했고 17번째로 실패하고 나면, 위에 적은 불굴의 의지를 발현하기가 훨씬 힘듭니다. 이건 잘난 나 vs 잘난 다른 사람 의 구도가 아니라 '평범한 나 vs 아웃오브안중' 의 구도이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이 말년에 통일장 이론을 평생 파다가 실패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것들은 '위대한 나 vs 신의 언어'라는 자기 최면이 가능하기에 평생도 쏟아부을 여력이 생깁니다. 하지만 인수분해가 이해가 잘 안가는 경우에는 그런게 아니죠. '인수분해도 못하는 나 vs 아웃오브안중' 의 구도가 됩니다. 결국 극복해봐야 보통, 못하면 못난놈이 되는 그런 셈이고, 이럴 때에 불굴의 의지를 발현하는 것은, 제가 단언하건데, 잘난 사람이 동일한 의지를 발현하는 것보다 훨씬*20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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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검심에 보면 ‘우스이’ 라는 장님 검사가 나옵니다. 극중 최악의 악당인 시시오 마코토와의 결투에서 눈을 잃은 뒤, ‘시시오 마코토를 암살할 기회를 노리기 위해’ 라고 떠벌이며 시시오 마코토의 부하로 활동하고 있는 검객이죠.


우스이는 극의 후반부에서 더티 히어로인 사이토와의 대결에서 목숨을 잃습니다만, 이 결투가 시작하기 전 사이토가 우스이에게 말했던 대사가 일품이었습니다.


‘네놈이 왜 시시오의 부하가 되었는지 대충은 알지. 넌 니가 시시오에게 영원히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근데 패배를 인정하기는 싫었지. 그래서 말로만 그를 암살하기 위해 부하가 된다는 명분을 걸고 놈의 부하가 된거야. 그럼 적어도 남들은 네놈이 졌다는 것을 모를테니까. 어때? 정확하지는 않아도 크게 틀리진 않지? 싸워보지도 않고 꼬리를 내린 똥개 주제에’


이 말은…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살면서 취하게 되는 어떤 태도에 대해 너무나도 정확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등이 되라고 가르치는 사회에서 진짜 일등을 뺀 나머지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 모두들 패배자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수많은 거짓을 만들어내죠. '내가 원래는..', '내가 소싯적에는..', '쟤가 알고보면..'


우리는 우스이처럼 살다가 그렇게 죽고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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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에리가 며칠을 들여 작곡한 곡을 모짜르트가 한번 들어보더니 몇군데 고쳐서 훨씬 훌륭한 곡으로 바꿔주는 장면을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이건 평범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몇십 몇백번씩 겪어야 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적어도 인간이라는 종이 한걸음 더 딛기 위해 범해야 하는 이만칠천육백이십오가지의 시행착오 중 하나를 내가 범함으로써, 6년 뒤에 나를 비웃으며 앞으로 나아가 모든 영광을 차지할 누군가의 시간을 5분정도 절약시켜줄 수는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내 월급도 타구요.


끗.


수정 :

고무신님의 댓글에 대한 답변의 성격이 되겠습니다만, 저는 '자.. 일은 이정도 해두고 인생을 즐기며 살자' 라는 입장이 절대로 틀렸다거나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선택의 문제이지 좋고 나쁘고가 아니죠.


다만, (조금 심한 단순화가 되겠습니다만) 인생에서 각 개인이 중시할만한 것들이, 자기 직업에서의 성취 vs 자기 개인 생활에서의 즐거움 으로 크게 분류된다고 할 때, 전자의 성취라는 것을 중시하는 분들은 대부분 제가 본문에서 언급한 벽을 언제고 한번쯤 느끼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취에서 자신의 가치를 느끼고 싶은 욕구는 남아있는데, 그 성취가 점차 요원해지면, 사람은 비겁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극복하거나 회피하는 여러가지 모습에 대해 이 글에서 이야기 해보고 싶었습니다.


애초에 저런 것들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글 전체가 무의미한 것이 되겠죠. 그런 입장은 그 자체로 인생을 사는 하나의 훌륭한 방법입니다.

Posted by 작은기담
2009. 1. 26. 13:43
님스 아일랜드.
그리고.

아기와 나 (장근석 무대인사 보러 갔던거 -ㅅ-;; )
또 뭐가있더라
기억도 잘안나네 ㅋㅋ

바보같던 영화 "바보" ㅋㅋㅋ
섹스앤더 시티

그리고 얼마전에 우리동생이 본 마다가스카2까지 ㅋㅋ

그리고 영화는 아니지만 시립미술관 한국추상회화/천경자의 혼/반응하는 눈
관람권 ㅋㅋ

여기 있는거중에 젤 기억에 남는건 님스 아일랜드 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젤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쌍화점인데 그건 없네 ㅋㅋ

음,요새 영화는 뭐가 잼있지? ㅋㅋ
Posted by 작은기담
2009. 1. 15. 19:30
매사 활기차고 희망차게 생각하는 사람은 틀림없이 인생에서 최선을 다하게 된다. 생각이란 비슷한 결과를 생산하기 마련이다. 침울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침울한 결과를 얻게 되고,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건설적인 결과를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다. / 노먼 빈센트 필의《믿는 만큼 이루어진다》중에서 -

Posted by 작은기담
2008. 12. 16. 00:29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는 어플입니다.

자 이거 실행해놓고 -ㅅ-

연말분위기 내고 있음. ㅋㅋㅋㅋㅋ

Posted by 작은기담
2008. 12. 14. 14:52
http://www.abcgallery.com

괜찮다

작가별로 찾아보기 수월하고
각 작가소개도 되어있고. ㅎ

이정도면 미술관 부럽지 않다.

물론 size와 규모의 미학을 전혀 느낄수 없다는것이
온라인상의 단점이긴 하지만. ㅋㅋㅋㅋ

음.
레폿쓰려고 작품들 좀 찾아보다가 발견한 괜찮은 사이트 ㅎㅎ
Posted by 작은기담
2008. 12. 14. 02:11

방정리하다가 재미있는(?)걸 발견했다.
그러고보니 일본 갔다오고나서는 사진도 그렇고
전혀 정리한 기억이 없..-ㅅ- 구나. ㅋㅋㅋ
여행전의  처음의 계획이 적힌 종이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기억나는 걸 써봄 ㅎㅎ



처음의 계획

2/12 나리타공항 11;50 도착
신바시역에서 호텔 체크인 (3;00)  -> 바로 오다이바로 가자.

-> 훗 호텔 위치가 바뀌면서 오다이바로 가자는 동선이 무너졌다.
그리고 나중에 가게 된 오다이바는 참 머라고 할말이..ㅋㅋㅋ
황량하고 어색한 신도시여씀 . ㅋㅋㅋ

둘쨰날 2/13
하라주쿠상점. (문열기 전이니 메이지신궁부터 ) : 시부야쇼핑
오후 5시 이후 요코하마 (야경보러 가고싶은데 무리일까? )

2/14 훗
오전에 지브리 -< 다이칸야마
오후 에비스 -> 롯본기 모리타워미술관 & 야경

-> 훗 롯본기 조음 깔끔해
그리고 모리타워 킹왕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쿄가 정말 크긴 크구나
라는 느낌이 물씬 들게 하는 ㅋㅋ
그리고 아 이날이 발렌타인 데이긴 하구나 라고 절실히 느끼게 한
커플무더기들
그안의 솔로지옥 커플천국을 느끼게 해주던
혼자 괜히 (하필이면 시야 탁 막힌 ! ) 좁은 창틈으로 야경보고있던
커다란 가방멘 한 남성분... ㅋㅋ

여튼 모리타워도 대박이고 롯본기도 짱이고
미술관도 산뜻하고 깔끔하고 조아씀 ㅋㅋ


넷쨰날
오전 - 우에노 (야메요코 시장 쪽 쇼핑, 공원 관찰 )
-> 아사쿠사

아사쿠사는 일본스러운 느낌이 나서 좀 흥미로웠 훗 ㅋ


지브리 갈때 ㅋㅋ
막 지하철도 잘못타고
허둥지둥 하다가
편의점에서 뽑았던 입장 시간 놓쳐서
(특히 모아씨 -ㅁ- ) 완전 질린 상태로
갔는데

다행히 그냥 별말없이 매우 싱겁게도
다음 타임에 들어가라구 해서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지브리를 구경하구

나오는 길에 초딩들이 학교 차원에서 땅콩파는데 ㅋㅋㅋ
막 애들한테 둘러싸여서 당황하다가 땅콩 사주고 ㅎㅎ

그리고 공원을 걷다가
아 달콤한게 먹구싶어 기분전환 하구시퍼 하면서
이뻐보이는 핫케이크 집에 들어가서
뭔가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훗 ㅋㅋㅋ

신주쿠를 몇바퀴 돈 기억도 나고 ㅋㅋㅋ

안그래도 요새 겨울이 오고나니
일본에서 한짝 잃어버리고 (정확히는 길에서 한짝 흘리고 난후 -_ㅜㅜ )
보충하지 않아서
자꾸 장갑이 아쉬워서
그거땜에 ㅋㅋ
요새 여행 생각 조금 자주 했는데 ㅋㅋ
다른 사진 정리할때나 자료 찾으면
더 정리 해바야겠다 ㅎㅎ

Posted by 작은기담